다른 여러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법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발달되어 왔으며,
현실적으로 후자는 전자를 보완하는 기능을 수행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부정경쟁방지법은 유통시장에서 널리 알려진
상표·서비스표·상호 등의 영업표지와 혼동이 생길 염려가 있는 행위를
개별·구체적 사안에 따라 금지하여 공정한 경업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행위규제형 입법인데 비해, 상표법은 상품 및 서비스에 관한
상표 또는 서비스표의 등록이라고 하는 절차적 수단을 통해
독점적인 사권을 창설함으로써 1차적으로 등록상표권자의
사익을 보호하는 권리부여형 입법이라는 차이가 있으며,
이러한 차이는 양법의 보호대상 및 방법에 관한 차이를 수반합니다.
보호가치에 대한 실질적 심사의 과정 없이 등록이라는 절차만으로
독점적 보호가 가능한 우리 상표법에서 상표 또는 서비스표의
등록대상이 되려면 식별력이라는 보호요건을 갖춘 것이어야 하는데,
이에 비하여 부정경쟁방지법은 주지된, 즉, 널리 알려진 표지와
혼동이 생길 염려가 있는 행위를 개별·구체적으로 규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호대상보다는 규제대상을 한정하는 것이 문제로 되며
그리고 이러한 규제를 통해 부정경쟁방지법이 보호하는 보호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등록을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상표법에서는 보호되지 않는 표지도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른 보호는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한 사례로 청구인은 1991. 2. 13.경부터
천안시 신부동에서 '천안○○학원'이라는 상호로 입시학원을
운영하여 오던 중 대전지방법원천안지원(95고단211)에
'국내에 널리 인식된 J씨 경영의 ○○학원이라는 학원상호 및
영업표시와 동일 또는 유사한 표시를 청구인의 학원건물의
간판 등에 함부로 사용하여 위 J씨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을 일으키게 함으로써 구법 제18조 제1항 제1호, 제2조 제1호
나목을 위반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1996. 7. 24. 유죄판결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러자 청구인은 상표법상 등록된 상표 또는 서비스표를 임의로
사용함으로써 상표법위반행위와 부정경쟁방지법위반행위가
모두 성립하는 경우에 이에 대한 등록무효심결이 있기까지는
상표법이 적용되어야 하고 부정경쟁방지법은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의미인데,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법에 의한다'는 불명료한
문구를 내세워 상표법상 보호받지 못하는 표지를 사용한
청구인에 대하여 구법위반으로 법적용을 한 것은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며, 인간의 존엄과
기본적 인권의 보장에 관한 헌법 제10조, 평등권에 관한
헌법 제11조, 거주이전의 자유에 관한 헌법 제14조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부정경쟁방지법과 상표법과의 관계,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배경, 판례의 해석에 의해 구체화된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으면서도 구체적 입법목적과 규율방법을 달리함으로써
상호간에 저촉, 충돌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양법의 관계를
분명히 함으로써 이러한 저촉, 충돌에 대비하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는바, 제기된 문제가 민사적인 것인지
혹은 형사적인 것인지에 따라서, 그리고 저촉, 충돌의
구체적 태양에 따라서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가 더욱 구체화될 여지를 아직 남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당해사건과 관련지어 볼 때, 적어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해석될 수는 없다는 점은 분명히 드러나는데
즉, '상표법………… 에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법에 의한다'
라는 규정이 상표법상 상표나 서비스표로 등록될 수 없는 표지는
부정경쟁방지법의 보호대상도 될 수 없다거나, 상표법상 상표나
서비스표로 일단 등록이 된 표지에 관한 권리 침해 여부에
대해서는 상표법만 적용되고 부정경쟁방지법은 적용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는 없습니다.
그리고, 당해사건과 같이 상표법위반이 성립되지 않는 경우는
양법이 경합 또는 저촉되는 경우를 대비한 이 사건 법률조항의
규율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입니다.
요컨대, 당해사건과 같이 상표법위반이 성립되지 않고
부정경쟁방지법위반 여부만 문제되는 경우는 양법이
경합 또는 저촉되는 경우를 대비한 이 사건 법률조항의
규율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며,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상표법상 상표나 서비스표로 등록될 수 없는 표지는
구법의 보호대상에서도 제외된다거나, 상표법상 상표나
서비스표로 일단 등록이 된 표지에 관한 권리 침해 여부에 대해서는
상표법만 적용되고 구법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는 없으므로 이와 같은 점에서 불명확성을
초래하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결국, 당해사건에 대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용되지 아니하며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에 따라 당해사건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질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는
당해사건과의 관계에서 재판의 전제성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상표법 및 다양한 지식재산권법리는
복잡하게 서로 상호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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